춘분과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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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 "일어나 빛을 발하라! (사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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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칼럼

춘분과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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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봄에 들어서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습니다. 봄은 이미 시작이 되었어도 먼 산과 계곡은 아직도 하얀 눈의 흔적이 여전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더위를 느낄 정도의 온기가 온 땅을 채워옵니다. 교회 뜰에 있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춘분(春分)이 어제였습니다. 깊은 밤이 지나고 이제는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길게 느꼈던 어두운 밤이 꼬리를 감추며 포근한 밝음이 그 공간을 채워갑니다.

교회에서는 사순절이 5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묵상하며 절제하는 훈련의 절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난주간인 다음 주만 지나면 부활의 아침이 밝아 옵니다. 교회 전통에 의하면 부활절은 춘분이 지나고 첫 만월(滿月)이 지난 주일로 정하였습니다.

부활은 이런 계절과 연계된 축제의 날입니다. 밤낮의 균형이 낮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하지(夏至)까지는 낮의 분량은 계속 길어질 것이며 봄의 향연은 이렇게 계속될 것입니다. 제아무리 어둡고 긴 밤 일지라도 제 역할을 다하고 할 수 없이 그 자리를 낮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짙고 어두운 밤을 보낼수록 낮의 밝음은 더 큰 기대와 환희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연을 통한 하나님의 원리입니다. 밤과 낮은 교차되고 한 때는 밤의 길이가 길었지만, 춘분부터는 반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영적인 춘분을 기대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가 되면 틀림없이 따뜻하고 환한 아침이 밝아오는 것입니다. 위도가 북극에 가까운 북반구는 길고 길었던 밤이 지나고 밝은 낮이 찾아옵니다. 사순절(四旬節)의 40이라는 숫자의 의미처럼 주님의 부활과 생명을 위한 절제와 훈련의 기간입니다. 어두움을 지나서 광명이 다가오는 것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후에 부활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두움과 실패는 밝음과 성공을 진정으로 맛볼 수 있는 일종의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방탕의 길로 치닫던 젊은 어거스틴(Augustine)에게 어디선가 음성이 거듭 들려왔습니다. “들어서 읽어라!(take and read!)”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피니 성경이 있었고 펼쳐진 구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롬 13:11-12) 그는 은혜의 새 봄을 맞이하였고 과거를 청산하고 성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삶의 분기점은 찾아옵니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벌써 따스한 봄이 옵니다. 암울하고 어두웠던 밤이 지나고 새벽이 동터옵니다. 깊은 고난의 계곡을 지나면 부활의 언덕이 찾아옵니다. 억울하고 허전하게 만들었던 상실의 시대는 지나고 새로운 기대와 소망 중에 회복과 충원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성도 여러분, 힘내세요! 이미 포근한 봄기운이 우리의 영혼에 깃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님의 부활과 생명이 우리의 삶 속에 벌써 꿈틀대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으시고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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