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산상집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름철에는 산상성회가 유행처럼 열렸습니다. 개 교회는 물론 연합으로 기도원에서 집회가 있었습니다. 강사를 모시고 새벽과 오전 집회가 있고 쉬는 시간을 가진 후에 저녁에 또 모여 은혜를 받았습니다. 비교적 새벽 시간은 짧았지만 오전집회는 오후 1시 이후가 되어야 끝나기도 하고 저녁에는 거의 자정가까이 말씀과 기도가 이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집회에서나 장소에 비하여 참석하는 성도의 수가 넘쳐날 정도로 성도들은 사모하며 열심히 참석하였습니다. 큰 북 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며 부르는 찬송은 성령의 도가니로 이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성령의 열기가 기도하고 찬송하는 성도들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강사들의 말씀은 즐겁고 단순하였습니다. 예수 잘 믿고 복 받자는 것이었습니다. 해학이 담겨 있는 말씀에는 배꼽을 쥐고 웃었고, 죄를 무섭게 지적받을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설교가 끝난 다음에는 기도의 폭풍이 일어났습니다. 가슴을 찢고 땅을 치며 통회하고 자복하며 절규하는 기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기도, 가까운 친지 중에 한 영혼이라도 구원받아야 된다는 절박한 기도, 나라와 민족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성전 안에서의 합심기도가 끝나도 기도는 계속되었습니다. 담요한 장을 들고 바깥으로 나와서 바위나 평지를 찾아 개인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이슬을 맞을 때까지 계곡이나 산등성이에서 무릎만 꿇을 수 있는 곳이라면 부르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군락을 이루는 여름철 개구리소리처럼 기도원주변은 기도소리로 온통 가득하였습니다. 잠시 흩어져 눈을 붙인 후에 새벽집회를 알리는 종소리에 잠을 깨어 다시 성전에 모여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집회는 4-5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집회에서 인간의 변화가 없을 수 없고, 은혜를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회에 참석한 성도들은 간절히 사모하고 매달리고 집중하고 철저히 순종하였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설과 환경 속에서도, 한 번 시작되면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집회시간에도 불평하는 성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기도의 응답받는 성도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였고 집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은 이미 천사의 얼굴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남연회 남선교회에서 주관하는 평신도수련회에 강사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긴 시간은 머물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과거에 있었던 거룩한 열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 이삼백 명이 한곳에 모여 은혜를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시간 시간 전하는 강사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아멘’ 하면서 우렁차게 응답하였습니다. 평신도들이 깨어서 기도 하는 한 교회는 소망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막 9:29)고 하신 말씀처럼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길은 기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