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우리
부부가 제3세계에서 열린 매머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참석하여서 그런지 주최 측에서는
숙소를 남녀로 각각 나누어 수용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행사기간 동안은 부부가 별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식시간이나 식사할 때는 겨우 몇 번만 만날 정도로 일정은
빡빡하였습니다. 그 밖의 시간에는 가지고 간 휴대전화로 비싼 요금을 내고 간단히
몇 마디만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내를 만나려고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참석자들이 얼마나 많고 혼잡스러운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조용해질 때까지 그 장소에서 줄곧 기다렸으나 결국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낙후된 곳이기 때문에 전화시설도 제대로 안되어 있고 공개적으로
방송하는 일도 불가능하였습니다.
행사기간에는 겨우 통하던 휴대전화도 무슨 영문인지 불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고 주최 측 본부에 가서 신고하고 찾아다녔지만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해지는 마음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횅한 행사장은
휴지조각과 쓰레기만 나뒹굴고 행사 일원들만이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간간이 ‘괜찮냐’는 의례적인 질문만 하고 남의 일처럼 지나갔습니다.
아내도 걱정되지만 내가 매일 복용해야하는 약과 귀국하는 비행기 티켓과 경비까지 다 아내에게 맡긴
상태이기 때문에 내 문제도 점점 심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버티며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가?’는 질문이 걱정과 함께 범벅이 되어 마음을 온통 헤집어
놓았습니다. 한 편 이 상황에서 이것은 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였습니다. 이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며 통곡하며 기도를 하였습니다. ‘주님, 아내를 만나게 해주세요! 나의 잘못을 용서해주세요!’ 한참 절규하는 순간에 절망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새벽기도회에 갈 시간이 한 시간 남아 있을 때, 아직도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꿈속에서도 꿈이었으면 하던 것이, 정말 꿈이었고 현실은 내 옆에 아내가 있었던 것입니다. 기도회에 가기 전 영문을 몰라 얼떨떨하던 아내에게 간단히 꿈
이야기와 함께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라며 꼭 안아주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꿈이 아닐까? 진정한 현실은 저
천국에서 주님과 만날 때에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며, 플라톤이 말한 ‘동굴 속에 사는 사람들’이 그림자만을 보고
살아가듯이, 꿈속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에 너무나 연연하지 말고, 주님 앞에 서면 모든 것이 영광으로 드러난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고후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