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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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 "일어나 빛을 발하라! (사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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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칼럼

만남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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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서 오랜 만에 가족과의 충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도 며칠 휴가를 얻어서 집에서 멀리 떠나, 켈리포니아주에 있는 세쿠야 국유림(Sequoia National Forest)’에서 오붓하게 지냈습니다. 낮에는 열 사람 이상이 팔을 벌려서 안을 만큼의 거대한 나무가 즐비한 산과 들을 누비고 밤에는 즐겁고 깊은 대화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눴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극장에서 열린 소규모의 음악공연도 관람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까지만 함께 지냈고 줄곳 떨어져 혼자 살던 아들과의 만남 시간은 여러 사정으로 일 년에 한번 정도만 갖습니다. 벌써 삼십이 넘은 아들딸과 헤어질 때는 항상 아쉬움이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자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부모의 마음은 늘 짝사랑에 가깝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는 단 몇 분만 만났습니다. 그 중에 98세 되신 원로목사님을 뵌 것이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50년대에 미국에 가셔서 유학을 하신 후에 고국에 돌아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목과 교수 활동을 하신 분이십니다. 대학에서 은퇴하신 후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셔서 교회를 개척하시며 이민목회를 시작하셨습니다. 목회자의 정년을 채우시고 두 번째 퇴직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삶은 결코 은퇴가 없었습니다. 희고 긴 수염이 가득한 얼굴을 가지신 자그마한 키의 할아버지 목사님은 눈빛이 살아있었습니다. 정정한 목소리와 함께 하시는 말씀마다 힘이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가까운 도서관에 직접 차를 몰고 다니십니다. 일본이 조선에 저지른 만행과 우리민족이 당한 고통의 잔혹사를 집필하시려고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그 연세에도 총기가 있으셔서 날짜나 사람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시며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제 선친의 감리교신학교 2년 후배이신 것을 만나 뵙고 알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어느 여름 방학에 개성에 제 아버님 집에 함께 놀러가셨다고 합니다. 부탁을 받고 식사기도를 하셨는데 할아버지가 칭찬을 하신 후에 기도는 이 학생처럼 하라고 신학교 상급반이신 제 부친께 말씀하셨다고 자랑 섞인 과거를 회상하셨습니다. 거의 70년 전의 일을 어제처럼 또렷하게 기억하시며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또한 이미 세상을 떠나신 제 부모님이 어디서 처음 만났고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가의 뒷이야기까지 소상하게 전해주셨습니다.

보통 장수하는 노인들은 소식을 한다고 하는데 이 목사님은 식사도 많이 골고루 하시고 부지런히 움직이십니다. 같은 시간에 정확하게 그 주변 공원을 돌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십니다. 정신적으로는 인생의 크고 작은 목적을 설정하시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 목사님의 말씀은 앞으로 수명이 점점 길어져 평균연령이 120살까지는 너끈히 살 것이라고 확언을 하셨습니다.

그 목사님을 뵙고 "우리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90:10)는 시편의 말씀을 언젠가는 수정해야할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경한 생각도 감히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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