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만드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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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 "일어나 빛을 발하라! (사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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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만드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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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있는 친구 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교회 입구 현관부터 온통 십자가 천지였습니다. 사람 키 만큼의 큰 것으로부터 손가락이 작은 사람만 만질 수 있는 작은 것도 있었습니다. 숫자를 물었더니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만든 이후에 교회당에 전시한 만큼 십자가가 외부로 나갔다고 합니다. 열심히 만들어 필요한 분들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서울 목회를 뒤로하고 고향에 새로운 사역의 둥지를 틀기 전부터 십자가 만드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의 불은 그 농촌교회에 부임하면서 붙은 것입니다. 들과 산에 지나면서 가지든 토막이든 십자가가 연상되면 무슨 나무든지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자르고 말리고 볏겨내고 깎고 칠하면서 이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각각 다른 형태와 크기에 따라 십자가가 나왔습니다.

수천 개의 십자가를 만들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교회를 부흥시키고 새 예배당을 건축하고 은사와 말씀 운동도 하며 목양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목회는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무엇인가를 위해 뛰어다녀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수고와 분주함이 주님과 교회를 위한 일인지를 별로 묻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중견 목회자를 넘어서 이젠 노숙하고 성숙한 영적 지도자가 되어서 황금물결이 뒤척이던 농촌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은 목회는 고향 가까이 연세 드신 분들과 천국의 평안과 여유를 미리 맛보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붙잡고 끝까지 가야할 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입니다. 어떤 때는 너무나 무거워서 등에 지고 가야합니다. 십자가의 도를 깨닫는 순간 하나님의 생명이 죽은 영혼 속에 깃들게 됩니다. 길가에 떨어져 토막난 채로 뒹굴던 볼품없는 나뭇가지가 친구목사의 손길이 닿는 순간부터 능력과 소망의 십자가로 생명력을 얻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계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하지만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재료와 그 손길에 따라 다양한 십자가로 태어나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목사관 서재가 뽀얀 나무 가루로 가득한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어서 교회 장로님들이 목사의 십자가 제작을 돕기 위해 작업실도 내년 봄에 지어주겠다고 합니다.

윌리암이라는 신학자는 "고통이 없다면 승리도 없고, 가시관이 없다면 왕좌도 없고, 신포도주가 없다면 영광도 없고, 십자가가 없다면 면류관도 없다." 라고 하였습니다. 사무엘 루더포드는 십자가 없는 믿음은 곧 얼어버린다." 라고 하였고 영국의 신학자 S. 러더프드는 "새에게 그 날개는 무거운 것이나 그것 때문이 날아가고, 배는 그 돛이 무거우나 그것 때문에 간다. 신자는 그 십자가가 짐이 되나 그것이 그로 하여금 천국으로 향하여 전진케 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친구는 험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예쁘고 아름다운 십자가를 만들면서 평안과 위로 그리고 소망을 누리고 살아가며 목회하고 있습니다. 내조하는 사모는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그 옆에서 작업을 지켜보며 남편이 만든 십자가를 열심히 주변 사람들에게 퍼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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