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이 사는 세상을 그려보며...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표어 "일어나 빛을 발하라! (사 60:1)"
홈 > 예배 > 목사님칼럼
목사님칼럼

휴대폰 없이 사는 세상을 그려보며...

최고관리자 0 296
연말연시로부터 누적된 피로감이 결국은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들었습니다. 그전 같으면 매우 심각한 병명이지만 요즈음은 치료법도 비교적 간단하여서 시술을 받고 나니 그 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부활절만 끝나면 국외로 나가서 조용히 좀 쉬려고 아내와 함께 계획을 세웠던 차에 덜컥 원치 않은 병원 행이어서 이번에도 못가나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 시술 후 2주후에는 비행기를 탈수 있고 계획된 날짜 전에 초상이 나서 모처럼 쉬려고 계획을 세웠던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회, 금요일 세족예배 그리고 주일에 부활절 예배를 다 마치고 그 다음날 아침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침 부활절 휴가를 받은 딸 아이와 함께 현지에서 만나기로 사전에 약속되었던 차에 반갑게 만나서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그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들이 미리 휴가를 낼 수 없어서 네 식구가 함께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행지 인근을 돌아보고 저녁에는 대화와 독서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휴가 중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휴대폰을 분실한 것입니다. 구입한 지 일 년 남짓 안 되어서 비교적 새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속에 남겨진 수많은 데이터와 사진을 잃은 것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당장 통신사에 연락하여서 분실신고를 함으로 누군가 마구 사용하는 것을 일단 막아 놓았습니다.

이틀은 핸드폰을 사용하였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즈음 식당에 가면 가족끼리 식사를 하면서 틈만 나면 그 핸드폰 들여다보는 광경을 쉽게 봅니다. 얼마 전에도 한 식당에 갔었는데 청년인 두 자녀는 식사 전후는 물론이지만 심지어는 식사시간에도 그곳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었습니다. 앞쪽에 앉았던 부모들을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녀만 바라보는 이상한 식사 풍경을 보았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틈만 나면 지도, 이메일, 교계 뉴스 등 검색하는 일을 종종하여서 아내의 눈총을 몇 번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에 휴대폰을 잃고 나니 속상하고 화도 났지만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휴가 왔으면 다른 줄은 잠시 끊어놓고 가족과 주님과의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휴대전화에 나도 모르게 붙잡혀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지고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에 오히려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얼핏 나에게서도 발견된 것입니다.

어떤 성도는 보다 철저하게 고난주간을 지내도록 스스로 절제의 시간을 갖는 것 중에 음식은 물론이지만 취미생활이나 인터넷 사용시간도 줄인다고 합니다. 저도 어쩔 수없이 분실 이후에는 전화는 물론 모든 세상적이고 본능적이며 직업적인 인터넷 사용을 강제적으로 중단하고 가족과 그리고 주님의 말씀과 더 긴밀하게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잠시 멀리하면 책을 읽게 되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됩니다.

디지털 문화는 피할 수없는 시대적 트랜드지만 우리는 아날로그 문화를 무시하지 말고 종종 그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패스트 푸드(fast food)와 함께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먹어야 합니다.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도 시도해야 합니다. 빠르고 양이 많은 것을 경쟁적으로 상품화 하는 대표적인 휴대전화로부터 종종 우리는 자유로워야 할 것입니다. 집이나 직장에서도 주기적으로 휴대폰으로부터 자유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0 Comments